[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 / 장피에르 필리유(글), 다비드 베(그림) / 다른
이 책은 중동의 수많은 나라와 민족들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정리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독립 즈음하여, 알제리인들에게 미국 상선이 나포된 1785년부터의 사건들을 너무도 빠르게 훑고 지나가다 보니 완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으나, 현재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중동 문제들만 보더라도, 미국, 혹은 서구 선진국들의 개입들이 그 긴 역사에서도 여전히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중동은 아직도 안정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자신들 스스로, 혹은 주변의 국가들에게 여전하고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이 책 서두에 나오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쉽고 간단하게 갈무리해 준다.
약 4,600년 전, 우루크 왕 길가메시와 그의 친구 엔키두가 신전 지붕을 올리기 위해 커다란 기둥을 세우자고 뜻을 모으고 괴물 훔바바가 지키고 있는 거대 삼나무숲으로 가기로 한다. 7가지의 무서운 무기를 가진 훔바바(막상 자극하기 전에는 인간들을 괴롭히진 않았던 듯하다.)를 물리치기 위해 그 둘은 살벌한 무기들을 만들어 길을 나서는데, 우루크 장로들이 그 둘의 성급함을 지적하며 만류해도 소용이 없었고, 훔바바가 사는 깊은 숲에서 그들이 지붕 있는 신전을 지어 기리고자 했던 신들이 나타나 만류해도 소용없었다. 그들에게는 "완벽한 승리"가 필요했고, 마침내 엔키두가 괴물을 물리치고, 거대 삼나무로 신전도 완성했으나, 돌아오는 길에 신들의 저주로 엔키두는 죽게 되고 길가메시는 이에 충격을 받아 진정한 지혜를 찾아 방랑하게 된다..
더 이상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고, 그러고 싶어 하지도 않으며, 사실 그랬던 적도 몇 번 없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찰 노릇 그만하고, 그저 좀 잘 살고 세금 잘 내는 중산층의 역할만이라도 충실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해줘도 세상은 좀 더 순수해지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외교와 정치는 순진하면 안 되겠으나, 인간 존중/세계 평화 등의 거창한 구호들 속 아래에서는 다들 좀 더 수순 해질 필요도 있겠다. 거대한 신전은 도대체 지어다가 누구에게 바치려는가. 후손들의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 심심함 방지를 위함인 건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제국주의 편승 국가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