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 민규동 (2015) - feat.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연산군일기
감독 : 민규동
주연 : 주지훈 - 임숭재 / 김강우 - 이융(연산군) / 천호진 - 임사홍 / 임지연 - 단희 / 이유영 - 설중매
썬킴의 한국사를 듣다가, 한번 봐야겠다 싶어 넷플릭스를 찾아보게 되었다. 언젠가 곧 계약이 종료된다고 나왔던 듯한데 연장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최근의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아서는,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본 게 아닌가 생각된다.
영화는 연산군 시대의 간신 임사홍과 그의 아들 임숭재를 그리고 있다. 무오사화/갑자사화 등 역사적 사실 보다는, 연산군 치세의 잔인함과 채홍사 위주의 자극적인 영상이 주 내용이었으나, 연산군의 기괴한 성격과 폭정을 잘 묘사해 내었고 임숭재의 개인사와 단희의 복수극이 나름의 극적 요소로써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영화 막바지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갑작스레 간신 임숭재를 어린 시절 한 순간의 사랑에 취해 모든 것을 다 버리는 로맨티스트로 만들고, 간신에게 길을 터주고 간신들을 비판하며 여생을 살아가는 이 영화의 화자, 혹은 멋진 생존자이자 관조자 정도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실록에서 임숭재는 연산군 치세가 끝나기 전에 죽고, 죽어가며 "죽어도 여한이 없으나, 다만 미인을 바치지 못한 것이 한이 옵니다."라고 했다 하니 아무리 극적으로 만들어낸 인물일지라도 보다 더 그 인물다운 캐릭터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더 제목에 어울리는 간신이 아닐까. 하긴 반정 이후 중종 세력에 의해 사초에 많은 수정이 가해졌고, 내용도 부실한 것이 연산군일기라고 하니, 단순히 실록에만 의거해서 볼 일은 아니겠다. 더구나 정사에 입각해서라기보다는 극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영화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부분은 창극 형식의 극 전개가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어야 할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누군가가 있는 듯 느껴지고, 사회적 이슈와 참사가 터져도 실무진 선에서 책임과 수사를 받을 뿐 윗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현 정부의 행태들을 생각하면서 본다면, 나라의 미래가 궁금할 때, 한번쯤 볼만한 영화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