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하여10 [봄날은 간다] / 허진호 (2001) 검색을 해보니, 올해 6월에 올라온 리뷰가 있는걸 보면, 이 영화 참 멋진 영화는 맞는가 보다.2001년 개봉 당시에 분명히 보았는데 그 뒤로 20여년을 단 한번도 다시 보지 않았다가, 어느날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본 "봄날은 간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이야기. 때론 이쪽, 때론 저쪽에 서서 겪어봤던 이야기들을 조용히 할머니와 함께 걸어가듯이 펼쳐낸다. 다시보니 거참 맨날 먹는 라면을 가지고 말장난을 많이도 했다. (은수)_"라면 먹고 갈래요?" (상우)_"라면 먹을래? 떡라면"(은수)_"응. 김치도 넣어" (은수)_"라면이나 끓여."(상우)_"내가 라면으로 보여?" 라면 하나로도 설레이고, 라면 한마디로 아프기도 하는 자꾸 설레이는 봄날을 지나 나는 지금쯤 어느 계절에 살고 있는걸까. 은수처럼 .. 2024. 9. 2. [서울의 봄] / 김성수 (2023) 나는 어린 시절에 드라마 "제 5공화국"을 어깨 너머로 대충 보고 자란 세대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는 수능에 맞춰 비중이 없는 근현대사는 대충 넘겨 공부한 세대이기도 하다. 대학에 가서야 몇몇 선배들에게 전해들은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책 몇 권을 읽고 교양 역사 수업을 수강하며 정치적 위치를 잡게 되었으나, 그것도 잠시일 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경제 신문을 읽고, 취업 스터디에 열심히 참석하며 '역사'는 다시 또 저 뒤로 밀려났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 집의 자식이기도 했던 터라, 그저 사회에 얼른 가가 '한 자리'를 차지해 입에 풀칠하기에 바빴다. 취직 후에는 열심히 돈을 모아 장가갈 생각을 하였고, 대충 계획한 나이에 소박한 가정을 꾸리고 여태 살아오게 되었다. 정치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으나,.. 2023. 11. 28. [간신] / 민규동 (2015) - feat.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연산군일기 감독 : 민규동 주연 : 주지훈 - 임숭재 / 김강우 - 이융(연산군) / 천호진 - 임사홍 / 임지연 - 단희 / 이유영 - 설중매 썬킴의 한국사를 듣다가, 한번 봐야겠다 싶어 넷플릭스를 찾아보게 되었다. 언젠가 곧 계약이 종료된다고 나왔던 듯한데 연장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최근의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아서는,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본 게 아닌가 생각된다. 영화는 연산군 시대의 간신 임사홍과 그의 아들 임숭재를 그리고 있다. 무오사화/갑자사화 등 역사적 사실 보다는, 연산군 치세의 잔인함과 채홍사 위주의 자극적인 영상이 주 내용이었으나, 연산군의 기괴한 성격과 폭정을 잘 묘사해 내었고 임숭재의 개인사와 단희의 복수극이 나름의 극적 요소로써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영화 막바지까지.. 2023. 9. 16. [마스크걸] / 넷플릭스 / 김용훈(각본/감독) 현실감 가득한 드라마였다. 한국사회, 혹은 현대사회가 가진 모순들을 너무도 잘 버무려 놓았다. 웹툰을 보지 않아 감독의 각본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으나, 캐릭터와 상황들 하나 하나 영화에나 나올법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있게 잘 꾸며 놓았다. 잘못한 것 없는 아이들이 잘못했다고 비는 사회를 만들지 말자. 2023. 8. 24. [영웅] / 윤제균 (2022) 어차피 써봐야 아무도 보지 않는 듯하여, 앞으로는 그냥 더욱 편하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한동안 그것 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만큼은 (포스터와는 반대의 의미로) 기억해야 할 것 같아 글을 쓴다. 개인적으로는 안중근 홍보대사이기도 한지라, 뮤지컬 '영웅'에 대한 궁금증이 언제나 있었지만, 뮤지컬을 맘 편히 즐길 정도의 경제적 여유는 내게 없는 듯하여 미뤄두고 살아왔었 더랬다. 홍보대사 교육을 받을 때에도 나 스스로에게 매번 회사 업무 핑계를 대며 대충대충 수업에 참여했었고, 김훈의 '하얼빈'을 책으로 보고서야 안중근의 그 무덤덤한 의거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꼈다. 영화 개봉과 함께, '아, 이제는 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나, 어느 신문기사에선가, 이 영화에서 김고은이 연기한 인물이 민비 시해 사건.. 2023. 5. 15. [피노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vs '디즈니', 2022) 유명한 동화를 각각 넷플릭스와 디즈니에서 따로 제작해 같은 해에 개봉한 케이스가 있을까.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와 함께 둘 모두를 보게 되어, 간략하게 비교/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디즈니'의 [피노키오]. 포스터를 삽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대다보니, 디즈니는 자신들의 오래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판 형식으로 되살리는데 집중한 듯하다. 1940년 작품을 보진 않아 애니메이션과 이번 실사판의 내용상 싱크로율까지는 알 수 없고, 내가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피노키오 이야기대로 흘러간 느낌. 별다른 반전이 나올 것도 없고, 제작진이 그럴 의사도 없었던 듯하여 무난하게 보았으나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들이 있다. 한 가지는 최근 디즈니 작품들에서 두드러지는 인위적이며, 교조적인 느낌의 설정이.. 2023. 1. 8. 이전 1 2 다음 반응형